그외 인용문 2집

유지사 뒷 이야기

한문역사 2024. 3. 28. 14:10

栗谷은 1574년 黃海道 감사로 부임하여 黃州 기생 柳枝를 만나

애틋한 사랑을 나누었다. 1582년 율곡이 遠接使가 되어 關西地方을

왕래할 때, 그들은 다시 만나 상당 기간 동안 아주 가깝게 지냈다.

1583년에도 유지와 만나 여러 날을 두고 술을 마셨고,

돌아올 때는 유지가 절까지 따라와서 전송했다. 작별한 뒤에도

밤중에 난데없이 율곡의 숙소를 찾아와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유지는 율곡을 몹시도 사모하였다.

율곡도 유지를 어여쁘게 여기기는 했지만,

단 한 번도 잠자리를 같이 하지는 않았다. 小室을 두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던

당시 상황을 고려할 때, 율곡이 유지를 소실로 삼더라도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았던 일차적인 이유는

"사랑하면서 어여쁘게 여기기는 했으나 애초부터 정욕을 품지는 않았다"는

율곡의 언표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유지가 간절히 원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율곡이 끝내 허락하지 않았던 데는 다른 여러가지 사유가 있었다고 판단된다.

소실이 이미 둘이나 있었던 율곡이 다시 소실을 둔다는 것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부담되는 일일 수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율곡의 건강 상황이었다.

요컨대 율곡은 병색이 완연한 상황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윤리의식과 의리정신, 육체적 사랑을 넘어선 정신적 사랑 때문에

끝내 유지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그러나 율곡을 몹시 사랑했던 유지에게는 율곡의 그와 같은 태도가

오히려 훨씬 더 고통스러웠을 수도 있다. 유지에 대한 율곡의 사랑은

유지에게 친필의 「柳枝詞」를 써 준 데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아무리 순수한 사랑이라 하더라도 저명 학자가 기생과의 일화를

친필로 남길 경우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율곡이 이런 글을 남긴 것은 유지와 자신이

육체적 관계가 전혀 없었음을 분명하게 밝힘으로써,

자신 때문에 유지의 명예가 손상되거나 앞날에 장애가 되는 일이

없게 하려는 드높은 사랑과 배려의 소산으로 판단된다.

율곡 별세 후 유지는 율곡의 친필 「유지사」를 帖으로 만들고

황주를 지나는 사대부들을 애써 찾아다니면서

「유지사」에 대한 화답을 요청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한 사람에게 두 번 이상 찾아가서 화답시를 받기도 했다.

유지의 이와 같은 행위는 율곡이 별세한지 25년이 지난

1609년에도 계속되고 있었다. 유지의 이와 같은 행위를 통하여

율곡에 대한 그녀의 사랑이 얼마나 지극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와 같은 행위는 자신의 사회적 명성을 높이는

일이기도 했을 것이다. 근엄한 유학자가 기생에게 써준 시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진솔하고도 감성적인 표현으로 인하여

깊은 감동을 주는 「유지사」는 조선 후기에도 사대부들 사이에 화제를

모으면서 더러 읽혀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율곡의 문집에 수록되지

못했기 때문에 독자의 폭은 아무래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율곡의 문집이 여러 번 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지에게 준 글들이

한번도 문집에도 수록되지 못했던 것은 편찬자들이 모두 이 작품을

보지 못해서가 아니라 의도적인 삭제 때문이었다.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恥菴 李之濂이 율곡 문집을 편찬하고 있던

玄石 朴世采에게 보낸 편지다. 이 편지에 의하면 玄石이 편찬한 율곡 문집

草稿本에는 「유지사」와 오언율시 등 유지와 관련된 글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실을 알게 된 恥菴이 玄石에게 이 글들을 삭제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 현석은 치암의 요청에 따라 이 글들을 삭제하였다.

유지와 관련된 글들이 ``율곡의 盛大한 덕에 累가 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후세에 모범이 되는 일도 아니므로 삭제하는 것이 옳다``는

치암의 주장을 수용한 결과다. 요컨대 기생 유지와 관련된 시문은

저명한 학자였던 율곡의 이미지를 훼손 시킬지도 모른다는

後學들의 염려 때문에 문집에 수록되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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