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 인용문 2집

능소화(상사화)는 피고지고 (조숙자 님)

한문역사 2025. 1. 19. 17:50

임금님과의 하룻밤 사랑 

당신 정(情)그리워,  하도 그리워

황금빛 그리움으로 피어나는 꽃

다시 찾아오지 않는 

님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려고

귀를 활짝 열어 놓은 듯한,  황금빛 꽃잎을 

나팔처럼 더 넓게 

조금이라도 더 멀리, 밖을 보려고 더 높게 

 

담장 아래 상사병으로 곱게 누운 宮女 소화

떠난 듯하여도 어느새 마음 깊은 강이 되었고  

궁녀 소화의 기다림의 세월이 

갑자기 아찔해오면서 

가슴으로 떨려오는 가벼운 전율이

온몸을 휘감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같은 여자이기에

 

여름이 다할 때까지 화려한 빛을 내뿜고

그대로 뚝 떨어지는 능소화의 오묘한 향기에

잠시 머물러  코끝을 맛사지하고 

 

이렇게 장맛비가 시작할 때면

침묵 속에서  불타는 당신의 눈길 하나하나에

내 마음은 흔들리고

십오야(十五夜) 새벽녘  달 밝은 그림자 뒤로 하며 

어느새 이슬 머금은

우아하고 애처롭다 못해 처연(凄然)한 능소화로

스펀지 잉크 배어들듯이  변해감에 

스스로 고개 흔들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