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방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아무도 몰래 나 혼자 들어가서
안으로 문 꼭꼭 걸어 잠근 후
고래고래 고함 실컷 지르다가
입에 담지 못할 욕(辱)도 하다가
그래도 성이 안차면
바람벽 사방에 맘껏 낙서를 하다가
전후좌우를 거울로 도배한 후
내 나신(裸身)조용히 관조(觀照) 할 수 있는
그런 방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빈 방 하나 있었으면 참 좋겠다.
벼락이 떨어져도 전혀 들리지 않으며
외풍(外風) 한 점 들어올 수 없는
그런 방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빈 방 하나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언제든지 맘대로 웃거나 울 수 있고
듣고 부르고 싶은 노래 얼마든지 즐기며
내 속의 소리 불러내
둘 만의 밀담(密談)을 몇날 며칠 나누다가
뼈마디 어스러지도록 사랑도 하다가...
(날뫼문화 2011. 21쪽.대구 중리동에서 이 상 렬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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