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 인용문 2집

빈 방 하나 있었으면

한문역사 2025. 2. 15. 09:55

 빈 방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아무도 몰래 나 혼자 들어가서

안으로 문 꼭꼭 걸어 잠근 후 

고래고래 고함 실컷 지르다가

입에 담지 못할 욕(辱)도 하다가

그래도 성이 안차면

바람벽 사방에 맘껏 낙서를 하다가

전후좌우를 거울로 도배한 후

내 나신(裸身)조용히 관조(觀照) 할 수 있는 

그런 방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빈 방 하나 있었으면  참 좋겠다.

벼락이 떨어져도 전혀 들리지 않으며 

외풍(外風) 한 점 들어올 수 없는 

그런 방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빈 방 하나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언제든지 맘대로 웃거나 울 수 있고 

듣고 부르고 싶은 노래 얼마든지 즐기며

내 속의 소리 불러내

둘 만의 밀담(密談)을  몇날 며칠  나누다가

뼈마디 어스러지도록   사랑도 하다가... 

(날뫼문화 2011. 21쪽.대구 중리동에서 이 상 렬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