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를 보면 어머니 휜 허리가 떠오른다.살아온 세월 척박한 비탈밭 고랑마다 돋아난 잡초들 뿌리째 뽑아야 튼실한 역사 싹튼다고 했던가?호미 등허리 만질때면지도에도 나오지 않던 마을들의 근대사가 보인다.마을과 마을 하나로 이어주던 길,구부러진 역사의 이랑마다잡초처럼 뒤덮인 外侵외침을야위고 섬세한 손길로 뽑아낸어머니 무뎌진 호밋날 너머고개 숙인 알곡들이 아리랑 가락 담아전라도에서 경상도로 ,강원도에서 서울 충청으로출렁대는 꿈 영글어가는 들녁을 본다. 노고지리 서툰 날갯짓이보리밭 스멀대는 아지랑이 속 떼 고함으로 봄을 피우는 꿈도 ,산비탈 콩밭 고랑마다 산 꿩이 제 이름 부르며 구수한 전설들 孵化부화하는 노래도 맨드라미 정갈한 희망이 아직 바람의 발길 닿지 않은 가을 길섶에서 선홍빛으로 익어가는 까닭도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