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 되면 선교장과 강릉 일대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손님은 봄을 시샘하는 폭설(暴雪)이다.어떤 때는 어깨까지 차오도록 내려서 깊은 눈 속을 헤엄치듯 다니기도 한다.안채 뒷산 무성한 대나무가 폭설에 눌려 지붕을 덮으면행여나 용마루 기왓장이 무너져 흘러내릴까 싶어 장대를 높이 휘두르며 눈을 털어내기 바쁘다. 밤새 내린 폭설에 마당과 앞뜰 벌판은 솜이불을 덮은 듯 온통 새하얀 눈 세상으로 변해있다.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그 모습에 몸과 마음도 환하게 맑아져 간다.눈 내리는 아름다운 풍경을 놓친 것이 못내 아쉬워밤새도록 소리 없이 내린 눈이 야속하기도 했다.눈이 오면 아이들과 강아지가 제일 좋아라하지만 내 마음 역시 그에 못지않다는 것을 새삼 느껴본다. 보름달이 휘영청 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