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에 귀띔이나 하였으면뒷집 청송 댁에서쌀 한 되는 꿨을 텐데... 닭들만 퍼덕이는 이른 새벽죽 끓이다 홀로 마당에 서서소풍 간다는 말 차마 못해전날 밤 자기 전에서야 말을 꺼낸어린 나의 조숙함을 안쓰러워하며 흐르는 눈물 훔치며 하늘을 볼 때 쌀알 같이 촘촘한 새벽 별들은 메말라 평지가 된 당신의 젖가슴에 총알처럼 비수처럼 내려와 박히고당신은 서럽게 서럽게 우셨습니다. 끓는 죽(粥)에서 쌀알 건져숯불에 졸여 밥처럼 만들어 백철 도시락에 꾹꾹 눌러 담고 고구마 두 개, 감 세 개 밤늦게 마련한 말표 사이다 한 병보자기에 싸는 당신의 눈에선 피보다 진한 눈물이 한없이 흘러내려 앞마당에 붉게 핀 맨드라미더욱 검붉게 물들였습니다. 삽짝문 나서는 철부지에게십 원짜리 하나 꼭 쥐어주며잘 놀다 오너라나직이 당부..